인간을 비롯한 동물들은 환경에 적절하게 적응해야 생존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 동물들이 살아가는 주변의 환경조건은 일정한 상태로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바뀐다. 계속해서 변화되는 환경에 적응하는 데에는 두 가지 적응기제가 사용된다. 하나는 조상으로부터 유전적으로 이어받은 행동양식이다. 이것은 오랜 진화과정을 거치면서 형성된 것으로 후천적인 경험이 필요하지 않는다. 동물들, 특히 하등동물의 행동에는 유전된 것이 아주 많다. 예를 들어, 새가 둥지 틀고, 알을 낳고, 먹이를 찾고, 자신의 둥지로 되돌아오는 것과 같은 행동은 대부분 학습이 필요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의 경우에는 이러한 유전된 행동보다 훨씬 다양한 행동을 구사하고 있다. 이는 인간이 적응하기 위해 다른 동물보다 학습을 더 많이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심리학자는 학습이 훈련 또는 경험의 결과로 나타나는 행동상의 비교적 영속적인 변화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학습된 것이 항상 행동으로 수행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새로운 수학 공식을 배워서 습득하고 있어도 그것을 사용할 상황이 아닌 다른 조건에서는 학습된 지식이 수행으로 드러나지 않을 것이고, 다른 사람들은 당신이 그 공식을 습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어떤 심리학자들은, 학습은 과거에 있었던 경험의 결과로 생긴 행동 또는 정신 과정상의 비교적 영속적인 변화라고 정의한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먼저 가장 기본적인 두 가지 형태의 학습, 즉 고전적 조건화와 조작적 조건화를 살펴볼 것이다. 이 두 가지 유형의 학습은 어떤 대상이나 사건과 같은 특정 자극에 대해 새로운 반응을 형성하는 것이다. 어떤 심리학자들은 이 두 가지 과정으로 모든 학습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른 심리학자들은 자극과 반응 간의 관련을 짓는 것 이상의 다른 학습도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 장에서는 간접적인 경험을 통한 사회학습과 환경에 대한 내적 정보처리를 중요시하는 인지 학습도 다룰 것이다.
1. 고전적 조건화
인적이 드문 어두운 골목길을 걸어가고 있을 때 뒤에서 갑자기 발소리가 들려오면 어떤 반응이 일어날까? 아마도 겁이 나고 심장박동이 빨라져서 가슴이 두근거릴 것이다. 전쟁에서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한 사람들이 일상생활 속에서도 비행기 소리 같은 큰 소리를 듣고 공포에 떠는 장면을 묘사한 소설이나 영화를 본 적이 있는가?
이들 두 가지 상황에서 나타나는 반응들, 즉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공포에 떠는 반응은 생득적인 것이 아니다. 이러한 반응은 어떤 상황에서 경험하였던 자극 또는 사건 간의 관계성에 대해서 무언가를 학습하였기 때문에 나타난다. 이런 경우 학습된 관계성을 연합이라고 한다. 이것을 실험적으로 입증한 최초의 과학자는 파블로프였다.
- 파블로프의 발견: 정신 반사
파블로프는 심리학, 특히 학습심리학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심리학자가 아니라 생리학자였고, 개의 소화기계 생리에 관한 연구로 1904년에 이미 노벨 생리학상을 수상하였다. 실험 도중, 그는 음식물을 주지 않았는데도 평소에 음식물을 가져다주는 실험자를 보고 개가 침을 흘리는 현상을 발견하였다.
파블로프는 음식물이 없는데도 어떻게 타액이 분비되는가를 알아보기 위해서 간단한 실험을 고안하였다. 먼저 그는 개의 타액선에 가는 튜브를 연결하는 수술을 하였다. 이 튜브를 통해 타액이 바깥으로 흘러나오면, 분비된 타액의 양을 기계적으로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게 하였다. 수술한 개를 실험 장치에 고정한 상태에서 실험이 실시되었다.
실험의 첫 단계에서 파블로프는 개의 입에 음식물을 넣어 주면 타액이 분비되고, 종소리를 들려주면 타액이 분비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음식물을 입에 넣어 줄 때 나타나는 타액 분비는 선천적이고 자동으로 유발되는 반사다. 그러나 종소리는 개의 타액 분비와 무관한, 즉 타액 분비를 촉진하거나 억제하는 작용을 하지 못하는 중성 자극이다. 종소리만 들릴 때 개는 침을 흘리는 것이 아니라 귀를 쫑긋 세우고 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머리를 돌리는 행동을 하는데, 이를 정위반사라고 한다.
두 번째 단계에서 파블로프는 종소리를 들려준 직후 개의 음식물을 넣어 주었다. 이렇게 하면 음식물이 제시되기 때문에 개는 당연히 침을 흘린다. 종소리와 음식물을 짧은 시간 간격으로 함께 제시하는 짝 지움을 어느 정도 반복한 후 실험은 세 번째 단계로 들어간다. 이 세 번째 단계는 음식물 없이 종소리만 제시된다. 파블로프는 음식물이 제시되지 않는 이 단계에서도 개가 침을 흘린다는 것을 관찰하였다. 즉, 종소리만으로 타액 분비를 유발했던 것이다. 이처럼 타액이 분비되는 것을 관찰하였는데, 파블로프는 이를 정신 반사라고 하였다.
지금까지 보았던 바와 같이 고전적 조건화는 아주 단순한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많은 심리학자는 고전적 조건화가 사고 과정이 개입되지 않고 이루어지는 자동적인 것으로 생각하였다. 파블로프의 시험 대상 동물인 개가 종소리가 나면 다음에는 음식물이 짝지어지는 동안에 뇌 속에 두 자극 사이를 연합하는 간단한 신경연결이 형성되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레 스콜라를 비롯한 인지심리학적 입장의 연구자들은 이와 다른 견해를 제시하였다. 그의 주장은 파블로프의 개는 종소리와 음식물의 단순 연합을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종소리가 음식물에 대한 신호라는 관계를 학습한다는 것이다.
2. 조작적 조건화
- 에드워드 손다이크: 동물지능이 있는가
파블로프가 러시아에서 그의 혁신적인 실험을 수행하기 직전에 하버드 대학교의 대학원생이었던 손다이크는 고양이를 훈련하기 시작하였다. 처음에 그는 동물지능이라는 것이 존재하는가를 알아보기 위해서 스스로 설계하여 제작한 문제상자를 사용하여 실험을 실시하였다. 손다이크는 고양이를 문제상자에 집어넣고 고양이가 지렛대를 밟고 밖으로 나올 때까지 소요된 반응 잠재기를 측정하였다.
문제상자 속의 고양이는 상자에서 벗어나 바깥에 놓인 음식물을 얻기 위해서 다양한 행동을 하였다. 처음에는 문을 앞발로 할퀴거나 이빨로 갉고, 벽을 할퀴며,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우연히 지렛대를 밟으면 문이 열린다. 그다음에 고양이는 이전 시행에서와 비슷한 행동을 하지만 조금 더 빨리 지렛대를 밟았다. 시행이 반복됨에 따라 고양이가 지렛대를 밟고 바깥으로 나오는 반응 잠재 기능은 짧아지지만 감소하는 형태는 점진적이고 다소 불규칙한 것이었다.
손다이크의 실험에서 강화는 강화가 있기 직전에 하였던 반응이 미래에 또 나타날 가능성을 증가시키는 사건이다. 즉, 강화는 정확 반응을 점차 많이 나타나게 한다. 손다이크는 이 실험 결과를 시행착오에 의한 효과 법칙으로 요약하여 설명하였다. 효과의 법칙이란 반응 후에 수반되는 결과가 바람직하면 그 반응이 나타날 확률이 증가하고, 그 결과가 바람직하지 않으면 그 확률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이 법칙에서 중요한 것은 고양이가 문제해결을 위해 생각하거나 그 문제를 이해해야 한다고 가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반응에 뒤따르는 강화에 의해 행동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조작적 조건화 또는 도구적 조건화라 부른다.
고전적 조건화에서는 학습자의 반응이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조건화에서는 학습자의 반응이 뒤따를 결과를 결정한다는 절차상의 차이가 있다. 또한 두 조건화 사이의 차이는 고전적 조건화가 타액 분비와 같은 내장 반응에 적용되는 반면에 도구적 조건화는 골격근 반응에 적용된다는 점이다.
[출처] 현대심리학의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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