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외에 현대인의 건강과 질병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으로 행동 방식이나 생활 습관을 들 수 있다. 건강을 해치거나 조장하는 중요한 행동으로 흡연과 음주, 섭식 그리고 운동에 대해 살펴본다. 한편, 스트레스는 습관성 음주, 과식, 과도한 흡연, 약물 의존, 운동 부족 및 과로 등과 같은 행동을 조장해서 건강에 간접적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1. 흡연
세계보건기구의 1997년 발표 자료에 따르면, 한국 남자의 흡연율은 68.2%로 세계 1위, 여자는 6.7%로 69위를 차지하고 있다. 담배는 니코틴을 포함하여 수천가지의 화합물로 구성되어 있으며, 흡연자는 심장질환과 암을 일으키는 타르와 기타 화합물에 노출된다. 담배 연기는 폐를 손상하고 기관지염과 폐 공기증 등 만성 폐 질환의 원인이 된다.
대부분의 흡연자는 청소년기에 흡연을 시작한다. 십 대의 많은 경우 담배가 반항과 독립의 이미지와 연합되기 때문에 흡연을 시작한다. 일부 청소년들에게는 기존 권위에 반항적이고 독립적인 이미지가 매력적이다. 이런 이미지는 대중매체의 묘사나 담배 광고를 통해 전달된다. 흡연 시작의 다른 원인으로는 사회적 압력을 들 수 있다. 청소년기는 동료들의 사회적 압력에 매우 취약한 시기며, 흡연하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은 흡연하게 될 확률을 높인다. 부모나 형제의 흡연 역시 십 대의 흡연율을 높이는 원인이 된다.
일단 흡연을 시작하면 아주 빠르게 흡연 습관에 의존하게 된다. 사람들이 흡연을 계속하게 되는 이유는 한 가지의 설명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사람들은 적어도 여러 가지 이유로 흡연하는 듯하다. 어떤 사람은 이완과 쾌락을 위하여 흡연하고, 어떤 사람은 부적 감정에 대한 반응으로 흡연한다. 어떤 사람은 음주나 주위의 다른 사람의 흡연과 같은 환경적 단서에 반응해서 흡연하고, 어떤 사람은 니코틴에 의존되어 불유쾌한 니코틴 금단증상을 없애기 위해 흡연한다.
흡연은 예방할 수 있는 사망 원인 중에서 첫손가락에 꼽힌다. 흡연은 심혈관질환, 폐암, 만성 폐쇄성 질환 등으로 인한 사망률을 높인다. 또한 사망에까지는 이르지 않더라도 궤양, 치주질환, 신체적 활력, 뼈의 밀도, 호흡기 장애, 주름살, 임포텐스 및 청력 상실 등과 같은 질환이나 장애의 발생 위험을 높인다. 직접적 흡연이 아닌 간접흡연의 폐해도 적지 않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에 노출되는 아동들은 호흡기질환의 위험이 커지고 성인은 심혈관질환의 위험이 커진다.
흡연율을 감소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사람들의 흡연 시작을 예방하는 것이다. 십 대들에게 매체의 선전이나 또래들의 흡연 압력에 대항할 수 있는 심리 교육적인 '예방접종 하나의 방법이다. 금연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전문적인 도움 없이 혼자 힘으로 담배를 끊는다. 그러나 높은 재발률이 문제다. 니코틴 패치 등의 니코틴 대체요법이 중독적 흡연자가 금연에 성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이와 더불어 행동주의 기법을 함께 사용할 때 더 효과적이다.
2. 음주
알코올은 선사시대부터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어 온 의식을 변화시키는 물질이다. 음주는 건강에 부정적일 수도 있고 긍정적일 수도 있다. 지속적이고 과도한 음주는 종종 간경변과 뇌 기능장애와 같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심각한 음주는 간에 지방이 축적되게 하고 간을 붓게 만든다. 지속적인 음주는 간을 통과하는 혈액의 흐름을 방해하고 이 때문에 간세포가 죽으면서 간염이 생긴다. 다음 단계는 경변으로 간에 기능을 못 하는 흉터 조직이 축적된다. 만성적인 알코올 남용은 호흡기 질환이나 심각한 신경계의 손상도 일으킬 수 있다. 알코올은 티아민 부족과 관련되는 뇌 손상을 촉진하며 코르사코프증후군을 유발할 수도 있다. 임신 시의 과도한 음주는 태아 알코올 증후군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여기에 더해 알코올은 폭력성을 증가시켜서 범죄나 사고의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반면에 적절한 음주는 고밀도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키고 응혈을 줄임으로써 심장질환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또 가벼운 음주에서 중간 정도의 음주는 우울 수준을 낮추고 골무 기질 밀도를 증가시키기도 한다.
사람들은 왜 술을 마시기 시작하고, 왜 어떤 사람은 적당히 마시는데 어떤 사람들은 과도하게 마시는가? 음주 행동 모형은 이런 이유를 설명하려 한다. 질병 모형에서는 사람들이 알코올 중독이라는 질병이 있기 때문에 과도하게 마신다고 가정한다. 인지- 생리적 모형에서는 긴장 감소가설, 자의식 모형 및 알코올성 근시와 같은 개념을 포함하는데, 알코올이 인지기능을 변화시켜서 긴장과 부정적인 자기평가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작용을 한다고 주장한다. 사회학습 이론은 다른 행동과 마찬가지로 음주 행동도 학습되는 것이라고 제안한다. 이 모형에서는 정적인 강화와 부적인 강화, 모델링 및 인지적 중재 등의 개념을 사용해서 음주 행동의 시작과 과도한 음주를 설명하려고 시도한다.
3. 섭식
섭식은 신체가 활동하고 유지하거나 성장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제공하는, 생명에 가장 기초적인 활동이며, 체중 조절에 중요한 결정요인이 된다. 체중은 주로 섭식을 통해 흡수되는 칼로리의 양과 신체가 신진대사와 활동을 통해 소모하는 에너지양의 차이로 변화한다. 인위적으로 절식해서 체중을 줄이려고 시도한 실험연구 결과, 체중 감소가 불안정감, 공격성, 무감동, 성에 대한 관심 부족 및 음식에 대한 집착 등을 유발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절식의 초기에는 쉽게 체중이 감소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신체의 신진대사율이 절식에 부응해서 낮아져서 체중 감소가 어려웠다. 인위적으로 많이 먹어서 체중을 증가시키려고 시도한 실험연구에서는 체중 증가가 체중 감소만큼이나 어렵고 불유쾌한 경험으로 나타났다.
한국을 포함한 산업화가 진전된 국가에서 최근 비만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비만은 여러 관점에서 정의할 수 있는데, 체지방의 비율, 신체질량지수, 사회적 기준 등이 흔히 적용된다. 최근의 사회적 기준은 건강의 기준보다는 유행하는 특정한 체형에 대한 선호에 영향을 받아 야윈 체형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 비만은 높은 사망률, 심장질환, 당뇨병 및 소화기 질환과 관련된다. 한편, 지나치게 살찌거나 야윈 사람 모두 정상 체중의 사람에 비해 높은 사망률을 보인다. 이 밖에도 체중의 변동과 순환의 역사가 많은 것과 복부비만 등이 사망률과 질병률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만의 원인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설정 점 모형은 체중이 내적인 자동조절 장치인 지방세포 수 등의 설정 점에 따라 조절되며, 이를 인위적으로 조절하려는 시도는 실패한다고 주장한다. 설정 점은 주로 유전적 요인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제안되고 있으나 설정 점이 변할 수 있다는 점도 인정되고 있다. 과식으로 비만이 될 수 있고 거꾸로 섭식을 꾸준히 억제함으로써 설정 점 이하로 자신의 체중을 유지하기도 한다. 또 설정 점 모형은 비만이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급속하게 증가하는 현상을 설명하지 못한다. 유인가 모형에서는 섭식의 긍정적 유인인가가 체중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음식 맛을 포함하는 섭식의 즐거움과 섭식이 일어나는 사회적 맥락에서 작동하는 문화적 배경, 음식이 공급되는 환경 및 식사 후 경과 시간, 혈중 글루코스 수준 등의 생물학적 요인 등을 종합해서 섭식 행동을 설명하려 한다. 그러나 이 모형은 사람들이 섭식을 통제하는 생물학적 설정 점을 가졌다기보다는 식사를 조절하는 행동을 학습한다고 주장한다.
많은 문화권에서 마른 체형에 대해 지나치게 집착하는 경향이 강하고 이는 과잉 다이어트를 유발하였다. 시중에 체중과 체형 및 미용에 관련된 수많은 처방과 프로그램들이 범람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다이어트 방식은 안전하지도 못하고 지속적인 효과를 보이지도 못한다. 대부분의 다이어트는 칼로리 섭취를 억제함으로써 처음에는 체중 감소를 유도한다. 그러나 감소한 체중을 유지하는 일은 기본적인 식사 습관을 변화시키고 운동을 비롯한 활동 습관을 바꾸어야 가능하다. 행동수정 프로그램은 일반적으로 다이어트 프로그램보다 체중 감소와 유지 및 생활 방식을 변화시키는 데 더 성공적이다. 특히 성인보다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행동수정 프로그램의 효과는 더 높다. 비만 치료를 위한 수술, 약물, 단식 혹은 최저 열량 다이어트 등은 예외적인 소수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좋은 선택이 아니다.
4. 운동
운동은 사람들의 건강과 안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사람들은 운동을 통해 근육의 강도와 지구력의 증가, 유연성 향상, 심혈관계의 적합성 및 체중 조절 등을 이루려 한다. 다섯 가지 종류의 신체운동 중 어느 한 종류가 이러한 모든 목적을 달성시켜 주지는 못 한다. 운동을 포함한 신체활동은 체중 조절에 있어서 식사 조절만큼이나 효과가 있으며, 신체의 지방 대 근육의 비율을 변화시키는 데는 식사 조절보다 더 우월한 효과를 보인다. 많은 연구에서 규칙적인 운동이 심혈관계의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증거들이 보고되고 있다.
운동은 심혈관계의 건강 증진뿐만 아니라 결장암과 같은 일부 암을 예방하고 골밀도의 저하를 막아 주며, 성인기에 발병하는 당뇨 문제를 통제해 주고 수면을 깊고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규칙적인 운동은 심리적으로도 많은 도움을 주는데, 우울과 불안을 감소시켜주며, 스트레스의 해로운 영향을 완화해 주고 자존감을 향상해 주기도 한다.
운동에는 위험도 수반된다. 무리한 급작스러운 운동이 부상을 유발할 수도 있고 일부 사람들은 운동에 중독되기도 한다. 장차 운동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와 탄력 있는 신체를 유지하지 못할 가능성에 대해 과도하게 염려하기도 한다. 운동의 가장 심각한 위험은 운동 중의 급작하다. 이런 급 작사의 위험은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사람들보다 간헐적으로 무리하게 운동하는 사람들의 경우가 더 높다. 최근 20여년간 '심혈관계의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적정한 운동의 양이 어느 정도일까?'에 대한 기준은 낮아져 가는 추세를 보인다. '가볍게 땀이 나는 강도로 일주일에 4회 이상 거의 매일 30분 정도 운동을 하는 것'이 권장되고 있다.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기는 쉽지 않다. 섭식과 마찬가지로, 지속적이고 규칙적 운동 습관을 길들이는 데에 행동적 중재 프로그램이 어느 정도 성공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출처] 현대심리학의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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