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정신장애가 처음 시작되는 시기는 장애에 따라 다르며, 같은 장애라 하더라도 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조현병이나 우울증과 같은 정신장애는 어른이 된 다음 시작되는 경우가 많지만, 아동기나 청소년기에도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또한 어떤 장애는 주로 어린 나이에 처음 시작된다.
유아기, 아동기 및 청소년기에 시작되는 정신장애에는 여러 가지가 포함된다. 우선 발달과 관련되는 장애가 포함되는데, 지적장애와 학습장애가 이에 해당한다. 또한 통제 결여와 관련되는 장애도 주로 아동기에 시작되는데, 여기에는 주의력결핍과 과잉행동 장애, 품행장애, 반항장애 등이 포함된다. 과잉 통제와 관련된 장애에는 학교공포증, 야뇨증, 틱장애, 격리 불안장애 등이 포함된다.
1. 학습장애
준수(가명)는 초등학교 2학년이다. 수업 시간에 집중을 잘하지 못하고 산만하며, 말귀를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다고 하여 상담소를 찾았다. 지능은 평균 수준이었고, 특히 동작성 지능은 보통 상 수준으로 양호하였다. 그러나 아직 한글을 깨치지 못하여 책을 잘 읽지도 쓰지도 못하였다. 수 개념은 적절하여 숫자로 제시되는 단순한 덧셈, 뺄셈은 썩 잘하였지만, 그보다 더 쉬운 문제가 문장으로 제시되거나 소리로 불러 주면 풀지 못하였다. 이비인후과에서 청각에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확인하였으나, 한글 각 음소의 음가를 익히는 데 곤란을 보였고, 반복적인 훈련 뒤에도 '나'와 'ㄱ'이 만나면 어떤 소리가 나는지 물으면, " '가'인가 '남'인가 ?"하고 혼란스러워하였다.
학습장애라는 명칭은 전반적으로 지능 발달에 지체가 없지만, 듣기, 말하기, 읽기, 추론 및 수학적 계산 등과 같은 특정 학습 영역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에 사용된다. 학습장애는 언어적, 비언어적 능력의 발달, 통합 및 표현과 관련하여 신경학적 결함에 그 기원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일차적으로 시청각 및 운동능력의 결함, 지적장애, 정서 행동장애 및 환경적 결핍으로 인한 학습 문제는 학습장애에 포함되지 않는다.
학습상의 특이한 곤란은 주로 학령기에 나타나지만, 주의 깊은 관찰하지 않는 한 단순히 '말이 늦된다', '굼뜨다', '배우는 것이 더디다' 등으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국어, 영어, 산수, 사회 등 모든 과목의 성취에 문제를 보이는 경우도 있고, 특정 과목에서만 문제가 두드러지는 경우도 있다. 학습장애는 흔히 주의력 결핍, 사회성 부족 및 정서적 문제가 동반되는 경우가 있으며, 이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문제가 심해질 수 있다. 따라서 조기에 발견하고 도움을 주는 것이 중요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개입이 요구된다.
2. 주의력결핍과 과잉행동 장애
민혁(가명)이는 8세 남자 아동으로 초등학교 2학년이다. 첫인상은 정말 똘똘해 보였는데 목소리가 좀 크고 말이 다소 많은 듯 보였다. 어머니의 말로는 성급하고 충동적이어서 친구들과 자주 싸우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친구들과 놀다가 자기 차례를 기다리지 못하고 먼저 하려고 하고, 친구들의 물건을 뺏기도 하고, 친구들을 놀리기도 하고, 말 그대로 장난꾸러기라는 거다. 또 자신이 흥미 있는 것에 마음이 뺏기면 하던 일을 다 잊어버리는데, 문구점이나 오락실에 들러서 밤늦게 들어온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했다. 수업 시간에도 딴짓을 많이 하는데, 옆 사람과 이야기하느라고 선생님의 지시를 못 들어서 알림장을 써 오지 못한 적이 많다고 하고 선생님께서 수업 시간에 돌아다니고 떠드는 등 수업을 방해하고 친구들과 자주 싸운다고 말씀하셔서 클리닉에 방문하게 되었다. 민혁이는 정신과에서 약 처방을 받았으며, 사회성 훈련과 공격적이고 충동적인 행동의 조절을 위해 놀이치료를 받게 되었다.
주의력결핍과 과잉행동 장애로 진단 내리기 위해서는 이 장애로 인한 증상이 적어도 두 가지 이상의 상황에서 나타나야 한다. 만약 학교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고 집에서만 과잉활동과 부주의를 보인다면, 그것은 가족과의 관계나 집단 분위기와 관련된 것일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주의력 결핍과 과잉행동 장애라고 단정할 수 없다.
이 장애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은, 첫째 부주의로, 학업, 직업, 사회 상황에서 드러난다. 이 장애가 있는 아동들은 세부적인 면에 면밀히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고, 학업이나 다른 과업에서 자주 실수를 범한다. 흔히 신중하게 생각하지 않고 무질서하고 부주의하게 일한다. 일이나 공부 혹은 놀이하면서 지속해서 주의를 집중하지 못하고, 일을 끝마칠 때까지 과업을 지속하지 못하며, 마치 마음이 다른 곳에 가 있고, 다른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경청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둘째, 과잉활동이다. 무언가를 계속 만지작거리거나 자리에서 움지럭거리고 가만히 앉아 있어야 할 경우에 잠시도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상황에 맞지 않게 지나치게 뛰어다니거나, 아무 데나 기어오르고, 일을 조용하고 차분하게 하지 못한다. 끊임없이 활동하거나 마치 무언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보이고 지나치게 수다스럽게 말하기도 해서, 어떤 계획과 목적을 가지고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없이 뭔가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셋째, 증상은 충동성이다. 성급하게 말하거나 행동하는 것이다. 충동성에 문제가 있는 아동은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성급하게 대답하고, 자기 차례를 기다리지 못하고, 사회, 학업, 직업 장면에서 장해를 초래할 정도로 다른 사람의 활동을 방해하고 간섭한다. 이들은 자기 행동이나 말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를 예상하지 못하는 듯 행동하여 조심성이 없고 주변 상황을 주의 깊게 살피지 않으며, 지금 당장 원하는 것을 하거나 손에 넣으려 한다.
이 장애의 원인으로는 다양한 것이 제안되고 있다. 신경생물학적인 입장에서는 뇌 속의 신경 전달물질 중 노르에피네프린이나 도파민의 문제가 원인이라는 가설이 있으며, 유전적인 측면도 어느 정도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한편, 부모의 성격과 양육방식이 영향을 준다는 보고도 있는데, 야단을 많이 치거나 일관성 없는 양육방식이 주의 집중력을 더 떨어뜨린다고 알려져 있다.
3. 자폐성 장애
만 4세인 형민(가명)이는 유치원 선생님의 권유로 아동심리 센터를 찾았다. 이유는 또래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주로 혼자 지낸다는 것이었다. 단정한 옷차림에 잘생긴 외모였으며, 차분한 인상을 주었으나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는 것을 못 하였다. 묻는 말에 대해 짧게 대답하였고, 간단한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개방형 질문에는 거의 대답하지 못하거나 형식적인 대답을 하였고, 질문을 그대로 따라 말하거나 엉뚱한 대답을 하였다. 억양이 단조롭고 독특하였으며, 때로 알아들을 수 없는 손짓을 하거나 혼잣말을 읊조렸다. 상담자가 이름을 부르고 주의를 환기하면 이따금 돌아보고 대답은 하였지만, 장난감 기차를 가지고 노는 데에만 열중하였으며, 알 수 없는 웃음과 표정을 짓기도 하였다. 서로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마치 서로 다른 공간에 있는 것처럼 보였으며, 간혹 놀이를 방해하면 급작스럽게 소리를 지르거나 울음을 터뜨렸다.
자폐성 장애는 대부분 출생 직후부터 3세 사이에 발생하지만, 정상 발달을 하다가 3세 이후에 발병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 거의 출생 직후부터 뭔가 다른 점이 있으나 상당수의 부모는 이를 잘 느끼지 못하고 나중에 언어발달의 지연을 통해 알게 된다. 유아기에는 신체적인 접촉을 피하고 잘 안기지 않으려고 한다. 어떤 아동들은 아주 수동적이어서 부모에게 어떤 요구를 하지 않지만, 다른 아동들은 지나치게 흥분하여 쉬지 않고 울어 댄다.
자폐성 장애의 가장 큰 결함은 대인관계에서 정서적 표현을 이해하고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의 결함이다. 유아기에는 사람에 대해 무관심하지만, 사물에 관심이 많고, 다른 사람과 눈을 마주친다거나 신체접촉을 피한다. 사회적 미소가 거의 나타나지 않고, 부모에 대한 애착을 형성하지 못하며, 낯가림이나 분리불안이 없는 경우가 많다. 학령기에는 부모에 대한 애착 행동이 늘어나고 사회성이 다소 좋아지기는 하지만, 또래와의 놀이를 즐기지 않고 친구가 없다. 타인의 행동을 모방하지도 않으며, 공감 능력의 발달도 어렵다.
자폐성 장애 아동은 유아기에 울거나 소리를 지름으로써 욕구를 나타내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타인의 손을 끌거나 구체적인 몸짓을 한다. 하지만 의사 표현에 걸맞은 표정이나 몸짓이 수반되지 않는다. 상대방이 사용하는 비언어적 의사소통의 표현에도 둔감하다.
자폐성 장애 아동들의 언어는 평생 제대로 대화할 정도로 발달 되지 못하는 경우가 반수에 이른다. 정상아의 언어발달을 보면 이해가 표현보다 먼저 발달하지만, 자폐성 장애 아동들은 이와 반대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이야기한다. 자폐 아동들은 어휘 구사력도 부족하며, 실제 대화 상황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어휘를 충분히 사용하지 못한다. 또한 타인의 관점을 이해하는 능력에 문제가 있으므로 언어의 사회적 이용에도 문제가 있다. 이러한 특징 이외에도 행동상의 문제, 인지장애, 감각장애 등이 같이 나타날 수 있다.
자폐성 장애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초기에는 심리·사회적 요인으로 설명하려 했으나,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유전적, 생물학적 요인에 의한 중추신경계의 장애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하지만 현재까지 자폐성 장애의 2/3 이상은 특별한 생물학적 이상 소견을 확인할 수 없는 실정이다. 자폐성 장애 아동의 예후는 약 만 5세 이전에 지능과 언어 구사 능력이 얼마나 발달하여 있는가에 좌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가능한 한 빨리 진단하여 적절한 조기 치료를 받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출처] 현대심리학의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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