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동조
유행을 따르거나, 친구 따라 강남 가는 것처럼 타인이 어떤 행위를 하기 때문에 자의적으로 그 행위를 수행하는 것을 동조라고 한다. 사람들은 결정을 내리기가 모호한 상황에서는 흔히 타인의 행위를 판단기준으로 삼아서 그대로 따르곤 한다.
그런데 애쉬는 진실이 명확한 상황에서도 동조가 일어남을 확인하기 위하여 표준선분과 동일한 길이의 선분을 세 가지 비교선분 중에서 찾는 매우 쉬운 과제를 다섯 명의 피험자들에게 차례로 실시하였다. 먼저 대답하게 되는 네 명은 실제로는 실험 협조자였으며, 마지막에 대답하는 한 명만 순수한 피험자였다. 실험 협조자들이 모두 A라고 틀리게 대답하자 피험자 중 35%가 틀린 대답에 동조하였다. 실험이 끝난 후 피험자들에게 사적인 판단을 요구하였더니 모두 정답(B)을 제시하였다. 이처럼 사람들은 공개적으로 반응하게 될 때 자신의 소신과 일치하지 않더라도 다수에 동조하는 경향이 강하다.
동조량은 개인과 타인 간의 유대가 강할수록 커지며, 타인 중에서 한 명이라도 다른 견해를 표명하면 매우 감소한다. 애쉬의 후속 실험들에서 실험 협조자들의 대답이 만장일치인 경우에 비해서 이탈자가 있을 경우에 동조량은 1/4로 격감하였다.
사람들이 동조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타인의 행동이 현실 판단에 유용한 정보가 되기 때문이다. 해외여행을 가서는 안내원의 설명을 전적으로 신봉하여 따르게 되며, 부정행위를 하는 학생은 우등생의 답을 정답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믿고 베낀다. 둘째, 사람들은 타인에게 인정받거나 배척당하지 않으려고 타인의 입장에 동조한다. 이런 경우 자신의 속마음과는 달리 표면적으로만 동조하는 경우가 많다. 평소에 정장을 싫어하는 사람이 예식장에 갈 때는 정장 차림으로 격식을 갖추는 행위나 애쉬의 실험 결과는 모두 이런 이유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 소수 영향
동조의 경우처럼 다수가 소수에게 영향을 미치는 과정이 더 일반적이지만 참신하거나 독특한 관점을 지닌 소수도 다수의 입장을 변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소수가 다수를 효과적으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먼저, 소수의 주장과 행동양식이 힘 있고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이럴 경우 소수는 다수에게 유능하고 정직하다고 평가되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둘째, 소수는 논리나 합리성 등으로 다수의 입장을 효과적으로 반박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소수의 주장이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와 일치해야 한다. 넷째, 문제 되는 행동이나 태도를 제외한 다른 측면에서는 소수가 다수와 유사하면 더 효과적이다.
소수 영향과 다수 영향의 차이에 관해서 모스코비치등은 다수는 소수에게 표면적 변화를 가져오게 하지만 반드시 내면적 변화까지 초래하지는 않으며, 반대로 소수는 다수의 외견상 변화를 끌어내지는 못하더라도 사적인 태도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 견해를 지지하는 연구로서 최훈석과 한덕웅(1994)은 'X'자의 배경에서 'O'자의 개수를 찾는 컴퓨터 지각과제를 이용하여 피험자들에게 다수 또는 소수의 응답을 보고 나서 익명 또는 공개적으로 자신의 응답을 밝히도록 하였다. 그 결과 다수의 응답을 참고한 피험자들은 익명 조건보다 자신의 신분이 드러나는 공개조건에서 다수의 응답과 더 유사한 응답을 하였고, 이와는 달리 소수의 응답을 본 피험자들의 반응은 공개조건보다 익명 조건에서 소수의 응답과 더 유사하였다. 따라서 다수는 공적 반응에 영향을 미치지만, 소수는 사적 반응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알 수 있다.
3. 복종
사람들은 권위 있는 인물의 명령에 대체로 잘 복종한다. 심지어 권위 있는 인물의 요구가 자신의 소신이나 사회적 규범에 어긋나더라도 맹목적으로 복종하는 경향이 있다.
밀 그램의 유명한 실험은 권위에 맹종하는 인간을 잘 보여 준다. 그는 피험자들에게 처벌이 학습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다고 일러 주고 두 명(그중 한 명은 협조자)을 한 조로 하여 추첨으로 선생과 학생의 역할을 정하였다. 학생은 단어를 암기해야 하고, 선생은 학생이 틀리면 전기쇼크를 진행하는데, 피험자가 항상 선생 역할을 맡도록 조작되었다. 두 사람은 칸막이 된 방에서 서로 얼굴을 볼 수 없었으며, 실험 시작 전에 선생(피험자)에게 약한 쇼크라고 알려 주고 상당히 아픈 표본 쇼크를 경험하게 하였다. 실험이 진행되는 동안 학생은 미리 계획된 대로 계속 오답을 하게 되고, 선생은 실험자로부터 쇼크 강도를 점차 높여서 집행하도록 지시받는다. 전기쇼크는 15V부터 450V까지의 강도로 가해졌는데, 학생은 120V에서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하여 강도를 높일수록 큰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실제로는 전기가 통하지 않았으며, 학생의 불평과 비명은 사전에 녹음된 것이었다.
여러분이 만일 선생 역할을 하였다면 어느 정도까지의 쇼크를 주었겠는가? 밀 그램의 실험 결과는 놀랍게도 피험자의 63%가 최대강도인 450V의 쇼크 집행명령에 복종하여 인간의 강력한 복종 성향을 보여 주었다.
권위에 무조건 복종하는 현상은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는 상당히 감소한다. 피해자의 고통이 매우 심하다고 판단되거나, 피해자가 근접해 있어서 서로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으면 복종은 줄어든다. 그리고 권위 있는 인물의 합법성이나 동기가 의문시되거나, 자신의 행위에 대해서 개인적인 책임감을 느낄 때도 잘 복종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동조와 마찬가지로 불복종 모델을 목격하게 되면 복종은 매우 감소한다.
[출처] 현대심리학의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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